
'정공법'은 아리바이오홀딩스가 비상장 신약사 아리바이오의 지분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려 확실한 자회사로 두고, 아리바이오를 코스닥에 별도 상장시키되, 아리바이오홀딩스 주주총회의 동의로 중복상장 심사를 정면 돌파하는 길입니다.
이미 덕산넵코어스와 다산네트웍스–디티에스가 이 트랙을 먼저 밟았습니다. 열쇠는 결국 '주주에게 무엇을 돌려주느냐', 그중에서도 자회사 주식 현물배당입니다.
'중복상장'은 이미 상장한 모회사가, 자기가 지배하는 자회사를 또 따로 증시에 올리는 구조를 말합니다. 문제는 모회사 주주 입장에서 알맹이(자회사)가 따로 상장되면 내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새 규칙은 "모회사 주주들이 먼저 찬성해야 자회사 상장을 허용하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정공법은 이 관문을 우회하지 않고, 지분을 늘리고 주주 표를 확보해 당당히 통과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이 글에서 모회사 = 아리바이오홀딩스(옛 소룩스, 코스닥 상장사), 상장을 노리는 자회사 = 아리바이오(현재 K-OTC에서 거래되는 비상장 신약사)입니다. 지금 이 둘은 흡수합병(아리바이오가 홀딩스에 흡수돼 사라지는 방식)을 추진 중인데, 그 길이 금융감독원 문턱에서 막히자 "합병 대신 아리바이오를 자회사로 두고 따로 상장시키는" 정공법이 대안으로 떠오릅니다. 참고로 아리바이오랩(옛 차백신연구소)은 이미 상장된 별도 계열사이며, 이번 논의의 주인공이 아닙니다.
아리바이오그룹이 '아리바이오그룹'이라는 우산 아래 아리바이오홀딩스–아리바이오–아리바이오랩 3사를 하나로 묶어 부르기 시작한 이상, 다음 단계는 그 이름에 어울리는 지분 구조를 만드는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아리바이오홀딩스는 비상장 신약사 아리바이오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상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합병이 금융감독원의 반복된 정정요구로 계속 지연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흡수합병만 고집하지 않는 또 다른 길이 있습니다. 아리바이오를 홀딩스에 흡수시켜 없애는 대신, 아리바이오홀딩스가 아리바이오 지분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려 확실한 자회사(종속회사)로 두고, 아리바이오를 코스닥에 따로 상장시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아리바이오홀딩스(모회사·상장)와 아리바이오(자회사·상장)가 나란히 상장하는 '중복상장' 구조가 됩니다. 즉 이 길은 새로 생긴 중복상장 규제의 사정권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셈입니다. 그래도 어차피 실질 기준으로 걸릴 바엔, 규제를 우회하지 않고 아리바이오홀딩스 주주총회의 동의를 받아 심사를 정면으로 통과하겠다는 것 — 이것이 '수 ① 정공법'입니다.
이 길이 현실성을 갖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이미 두 상장사가 같은 규제 앞에서 이 트랙, 곧 '비상장 자회사를 주주동의를 받아 상장시키는' 경로를 먼저 밟아 통과했기 때문입니다. 선례가 있다는 것은, 아리바이오그룹도 같은 문법으로 설계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먼저 정공법이 통과해야 할 관문의 구조를 정확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지난 7월 6일 '중복상장 원칙금지·예외허용' 세부 가이드라인과 거래소 규정 개정안을 공개했습니다. 다만 이 규정은 아직 최종 시행이 아니라 7월 14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친 뒤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의결을 통해 시행될 예정인 '예고' 단계라는 점을 짚고 가야 합니다. 골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과정은 3인 이상 이사 또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적 특별위원회'의 사전 심의·의결을 거쳐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주주동의'입니다. 그 방식으로는 소수주주 다수결(MoM)이 아니라 상법상 감사위원 선임에 준하는 '3%룰'이 채택됐습니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합산 의결권을 3%로 제한한 상태에서, 주주총회 출석 의결권의 과반 그리고 전체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동의를 모두 얻어야 합니다.
| 자회사 유형 | 주주동의 요건 |
|---|---|
| 물적분할 자회사 | 주주동의 필수. 받지 못하면 투자자 보호 요건 미충족으로 간주 |
| 일반 자회사(인수·신설) | 동의를 받으면 요건 충족으로 추정, 받지 못하면 거래소의 엄격한 개별 심사 |
| 저비중 자회사 | 매출·영업이익·자산이 모두 모회사 대비 10% 미만이면 동의 면제. 단, 예상 기업가치가 커 '중요 자회사'로 인정되면 예외에서 제외 |
여기에 더해, 자회사가 모회사로부터 영업·경영상 독립성을 갖췄는지도 별도로 심사합니다. 자회사 매출·매입의 50% 이상이 모회사에서 발생하거나, 주요 투자·자금조달·인사 결정이 사실상 모회사 승인에 좌우되면 독립성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상장을 밀어붙이면 거래소는 최대 10억 원의 상장계약 위약금을 부과할 수 있고, 그 사실이 공표되면 해당 모회사 주식은 하루 동안 매매가 정지될 수 있습니다.
규칙을 뒤집어 보면 결론은 명확합니다. 표를 얻으려면 주주에게 실익을 줘야 합니다. 가이드라인이 예시로 든 주주보호 방안은 구주매출 대금 등을 활용한 현금배당·자기주식 소각, 자회사 주식 현물배당, 신사업 투자를 통한 모회사 가치 제고, 일정 기간 다른 사업 분할·다른 자회사 상장 금지 확약 등입니다.
이 가운데 시장이 가장 직접적인 보상으로 받아들이는 카드가 '자회사 주식 현물배당'입니다. 지주 디스카운트, 즉 모회사가 자회사 상장 이후 '껍데기'만 남는다는 우려를 현물, 곧 자회사 주식 자체로 되갚아 주기 때문입니다. 아리바이오홀딩스에 대입하면, 아리바이오홀딩스 일반주주가 아리바이오 별도 상장에 따른 디스카운트를 아리바이오 주식(현물배당)으로 직접 상쇄받는 가장 유리한 그림입니다.
핵심 포인트
정공법의 성패는 "지분을 얼마나 늘리느냐"보다 "일반주주에게 무엇을 돌려주느냐"에서 갈립니다. 현물배당은 그 답안지 중 시장 설득력이 가장 높은 항목입니다.
정공법의 '모범 답안'으로 꼽히는 사례입니다. 우주항공·방산 자회사 덕산넵코어스의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모회사 덕산하이메탈은 지난 5월 29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자회사 상장 추진 안건을 특별결의로 통과시켰습니다. 결과는 압도적이었습니다.
발행주식 총수 기준으로도 약 72.8%가 찬성해 특별결의 요건(출석 3분의 2, 발행총수 3분의 1)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개인주주 74%, 기관주주 72%가 지지해 특정 주체에 쏠리지 않은 폭넓은 동의를 확보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덕산하이메탈은 표결에 앞서 주주들에게 편지(주주서한)와 이사회 설명자료를 보내 "왜 자회사 상장이 필요한지"를 적극적으로 설득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카드를 내놨습니다. 상장이 성사되면 일반주주에게 덕산넵코어스 주식을 공짜로 나눠주겠다는 것입니다. 공모물량의 5%인 15만 주를, 최대주주·특수관계인은 빼고 일반주주에게만 배분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현금이 아니라 자회사 주식 자체로 주는 배당을 '현물배당'이라고 합니다.
다만 지급 시점에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상장 직후 대주주가 주식을 곧바로 팔지 못하도록 일정 기간 묶어두는 '보호예수(락업)' 기간이 끝난 뒤에 나눠준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회사의 기본 규칙인 정관에 '지분 30% 이상을 가진 자회사를 상장시키려면 반드시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까지 새로 넣었습니다. 앞으로 회사가 마음대로 자회사를 상장시키지 못하도록, 일반주주에게 사실상 거부권을 제도적으로 쥐여준 셈입니다.
금융당국이 6일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사실상 '주주 소통 → 표결 → 주주환원'이라는 트랙을 제시한 만큼, 덕산의 선제적 대응은 이후 심사에서 유리한 참고 자료가 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습니다.
두 번째 시험대는 다산네트웍스였습니다. 공랭식 열교환기 기업 디티에스(DTS)의 상장 승인 안건을 6월 19일 임시 주총 특별결의에 올려 원안대로 통과시켰습니다.
다산네트웍스는 현물배당 대신 2029년까지 배당성향 30% 이상 유지 노력, 자사주 소각, 신주인수권부사채(BW) 소각 등을 주주환원책으로 제시했습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도 안건 전원 찬성을 권고하며 힘을 실었습니다. 남민우 회장은 "디티에스는 물적분할이 아니라 2013년 법정관리 기업을 인수해 키운 독립 자회사"라며 "우리는 중복상장이 아니다"라는 논리를 정면에 내세웠습니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ACT)는 디티에스가 지난해 다산네트웍스 연결 영업이익의 약 65%를 창출한 핵심 축인 만큼 별도 상장이 모회사 할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위임장 수거 등 절차적 정당성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실제로 다산네트웍스 주가는 4월 장중 고점 대비 최근 반토막 수준까지 밀렸습니다. "표는 넘었지만 시장의 의문은 남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두 사례의 결정적 차이는 '보상의 형태'입니다. 현물배당(덕산)이 배당·소각 약속(다산)보다 시장에 더 강한 신뢰를 줬다는 점은, 정공법을 설계할 때 반드시 참고해야 할 대목입니다.
이 문법을 아리바이오그룹에 얹어 보겠습니다. 현재 아리바이오홀딩스(옛 소룩스)는 비상장 신약사 아리바이오의 최대주주로, 지분율은 약 14.7% 수준입니다. 사명을 '아리바이오홀딩스'로 바꾸는 안건은 이미 주주총회를 통과해 등기 등 행정 절차만 남았고, 이사회도 아리바이오 측 인사 중심으로 재편됐습니다. 지주회사의 뼈대는 사실상 서 있는 셈입니다.
정공법이 성립하려면 우선 이 14.7%를 20% 이상으로 끌어올려 아리바이오를 확실한 자회사(종속회사)로 만드는 일이 출발점입니다. 그 위에 다음 조건들이 갖춰져야 합니다.
다만 지금은 아리바이오홀딩스–아리바이오 흡수합병(주총 예정 8월 25일, 합병기일 9월 29일, 신주 상장 10월 21일)이 진행 중이라, 정공법(별도 상장)은 이 합병과 사실상 양자택일 관계에 가깝습니다. 합병이 끝내 무산되거나 전략을 트는 순간에야 본격화될, 중장기 대안 경로인 셈입니다. 게다가 아리바이오는 과거 세 차례 기술특례 상장에 실패한 이력이 있어, 별도 상장이 순탄하려면 AR1001 임상 성과라는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 실행 메커니즘 심화 — '신주발행 스왑'으로 어떻게 푸는가
그렇다면 아리바이오홀딩스는 무슨 수로 지분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나눠줄 현물배당 재원까지 마련할까요? 가장 유력한 답은 '신주발행 스왑'입니다. 아래는 합병이 무산되고 별도 상장으로 방향을 튼다는 전제에서 그려본 실행 그림입니다.
아리바이오홀딩스에는 지금 나눠줄 만한 자사주가 넉넉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무상증자로 주식을 발행해 온 쪽이지, 사들여 온 쪽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유 자사주를 꺼내 쓰는 대신, 새로 찍은 홀딩스 주식을 대가로 지급하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이 방식은 두 가지 문제를 한 번에 풉니다. 첫째, 자사주가 없어도 됩니다(재원을 발행으로 만들어냄). 둘째, '아리바이오 개별 주주 ↔ 홀딩스 신주' 구조로 짜면 아리바이오 법인이 모회사 주식을 갖게 되는 상호주(의결권 제한) 문제도 피할 수 있습니다.
정공법이 만능은 아닙니다. 세 가지 리스크를 함께 봐야 균형 잡힌 판단이 가능합니다.
첫째, 규정 자체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가이드라인은 예고 단계이고, 의견수렴 과정에서 세부 요건이 조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지금의 트랙이 시행 시점에 그대로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둘째, 찬성률 셈법은 늘 논쟁을 부릅니다. 덕산 사례에서도 액트는 "최대주주·특수관계인 지분을 감안하면 실제 소액주주 중 찬성은 소수"라며 회사 측 셈법을 반박했습니다. 표결을 통과해도 '진짜 일반주주가 동의했는가'라는 질문은 반복됩니다.
셋째, 표를 넘어도 주가는 별개입니다. 다산네트웍스가 보여줬듯, 주총 문턱을 넘고도 모회사 가치 보전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으면 주가는 미리 반응합니다. 정공법은 '상장 가능성'을 여는 열쇠일 뿐, '주주가치 방어'까지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정리하면
정공법은 아리바이오그룹이 지분 구조를 이름에 맞게 완성하려 할 때 택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하고 명분 있는 경로입니다. 덕산과 다산이 이미 길을 냈고, 관건은 '현물배당급'의 실질적 보상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얹느냐입니다. 다만 규정 미확정, 찬성률 논쟁, 주가 선반영이라는 세 가지 변수는 끝까지 함께 추적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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